2008년 07월 22일
그래 아버지는 알고있었지.
Law & Order SVU 시즌5 - 벌거벗은 동성애자
미드의 본좌 폭스에서 로앤오더 시즌5를 전편연속방송 하고 있길래 교도소를 탈출한 두 남자 중 자기 마누라 아들을 성폭행했다는 놈이 나오는 편을 보다가 잠들었다. 잠들기 직전 시리즈를 기억하고 있는 게 놀라울 따름. 잠들기 직전 시리즈는 꼭 기억이 안나고 그렇다. 여하간 다른 얘기보다 벌거벗은 동성애자 얘기를 보며 펑펑 울었는데, 일단 아이 흔들었다는 여자는 엄마가 되본 적 없으니 같이 울 수 없었고 변태성욕자의 최후는 눈물 포인트가 없으니 못 울었고, 그런데 어쩐지 부모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아들래미의 슬픔은 그렇게 공감이 되는지 눈물이 펑펑.
그래요 아버지는 알고 있었지. 아들에게 동성애자를 정신병자 취급할 때도, 동성애자에 관한 악담을 할 때도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아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알아도 받아들일 수 없고, 아들을 바꾸고 고치고 싶었다. 받아들이지 못하는것을 원하지 않으니까 어떻게든 자신과 같으라 그는 늘 말했다. 아들은 동성애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며 그들은 폭력적이고 미성년에 집착한다는 말도 안돼는 연구를 하는 아버지를 보면서도, 아버지는 내 비밀을 모를거라며 썩어지는 속을 조용히 앓았다. 그런 아들에게 우린 병에 걸린 게 아니고 그냥 사랑하는거라고 말해주는 남자친구가 생기자, 아버지는 아예 그 남자친구를 죽여버렸다. 아들은 그때까지도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내가 동성애자란 사실을 몰랐을 테니까.
아니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도, 변하거나 바뀌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는 아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동성애가 정신질환의 일종이라 믿고 싶었고, 고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모든 이야기는 아들의 본질을 부정하는 이야기였다. "얘들아, 너희는 착한 자녀가 되거라." 너희를 낳아준 부모에게 감사하며 그들이 원하는 착한 자녀가 되어라.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요?"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면요? 감추고 숨기는 게 너무 힘들면요? "숨길 수 있다면 넌 착한아이란다.", "그러지 못하면요…?"
아들은 단지 아들로서 아버지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이 원하는 아들이 아닌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아들이 상처받고 방황하며 누구에게도 안착할 수 없는 것을 알았어도 모른척했다. 단지 모른척이었다. 알고 있었으니까. 아들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변화될거란 믿음은 결국 모든것을 비틀어 놓았다. 아들은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 아들은 그래도, 아버지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진짜로 알게 되면, 충격을 받고 힘들어 하실 테지만 결국 자신을 이해해주시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런 모든 믿음은 깨어지고, 아들에게 남은 것은 그 동안의 상처와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을 죽인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었다. 그러나 아들은 가벼워졌다. 홀가분해졌다.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알아버렸는데도 오히려 편안하게 됐다. 비로소 진짜 자신이 되었다.
믿음은 일방적이지. 상대방을 믿게 되는 건 꼭 그가 믿음직한 사람이기 때문은 아니야. 그저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일 거라고,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일 거라고 단지 믿을 뿐이다. 그러나 믿음은 종종 깨어지고 그건 믿음과 같은 크기의 상처로 단지 자신에게 돌아온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믿으면 믿음이 깨어지고 혼자 상처받고 그만이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데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일거라 믿으면, 믿고 싶으면, 그 믿음에 담긴 기대만큼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 그 모든것이 서로를 할퀴어 놓으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처만을 남기기도 한다.
- 7월 13일 작성. 뭔가 마음에 안들어 올리지 않았다가 오늘에야 올림 -
# by | 2008/07/22 10:05 | TV본다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