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리뷰들

 [※주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글에 영화의 스토리 전체를 훑고, 망상과 허세가 더해졌습니다. 중2병은 불치병임.]
                                           .스포일러 방지하기 힘드네요. 얼마나 글씨를 더 써야 할까요? 왜 젠장맞게 띄어쓰기는 미리보기에 포함을 안시키는데요? 내가 이거 띄는데 ㄱ누르고 한자 누르고 1누르고 복사하고 붙여넣는 그 과정이 괜히 있었어요? 왜 띄어쓰기 미리보기 안하는데? 그리고 우리나라에 눈 밑 살 떨어서 연기할 수 있는 배우 또 있을까? 이병헌 눈 밑 떨리는 장면, 어찌보면 신기하고, 그 눈빛도. 그 감정도. 오 신기. 신기... 마지막 눈물도.?

 이제 좀 영화에 대해 뭔가 말하고 싶다. 집에 돌아와서 차가운 물을 한 잔 마셨더니 뭔가 기분이 좀 풀린다. 그 여자가 죽었다. 뱃 속에 아이가 있다고 생명을 구걸하던 여자가, 아마 고통에 몸부림치다 손 발 머리 순으로 잘려서 죽었나 보다. 아 그렇게 죽었다. 귀도 자른 걸 보니 절대로 곱게 죽이지 않았다. 강경철(최민식)은 사고를 악마가 전부 잠식해버린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다. 그가 마지막에 김수현(이병헌)에게 잡혀와 가식과 위선을 떨며 생명을 구걸하지만, 그 떨궈진 고개가 다시 김수현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악마를 본다. 그는 가진 게 없다. 애초에 모두 버렸고, 두려울 것도 없다. 누가 강경철의 행동을 정서적이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고 해도 그건 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강경철이 홀로 대단하거나 거스를 수 없이 강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 나약한 인간의 마음을 모두 좀 먹고 그 안에 자리잡은 악마는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김수현의 발치로 약혼녀의 머리가 바닥에 구른다. 그건 국과수가 사람 머리를 왜 박스에 넣냐 마냐, 기자를 막을 수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현실성을 떠나서 사람이 온전히 죽었음을 가장 명확하고 빠르고 쉽게 전달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내 생각에 그렇게 현실성이 없고 작위적인 장면을 사용한 것은, 그저 그 다분히 감정을 과잉시키고, 발 밑의 딛고 있는 땅의 현실성마저 상실할 만큼 말도 안되는 분노를 일으킬 상황으로 김수현의 악마를 깨우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데. 다른 부위를 찾을 필요도 없이, 그저 그 어떤 물체가 발치에 굴러다님으로써 김수현의 마음 속 악마는 속삭인다. ‘이런 짓을 저지른 새끼를 내 손으로 죽여 놓고 말겠다. 그녀가 겪은 것과 똑같은 고통을 겪게 만들겠다.’ 그리고 이런 악마의 속삭임은, 일견 인간의 마음처럼 보일 지 모른다. 그건 김수현에게도 그랬고, 관객에게도 그랬다. 사건의 용의자 사진을 두고 하나 하나 찾아 처단하는 김수현의 모습을 보면서 복수라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 살인마를 내 발치에 꿇어 앉혀 두려움에 떨며 생명을 구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종국에 악마의 머리가 몸과 분리되어 바닥에 뒹구는 모습을 본 후에, 악마가 죽었음을 확신하게 된 이후에도, 그 복수극을 지켜 본 사람의 마음은 후련해질 수 없다. 애초, 그 싸움에서는 누구도 악마를 이길 수 없었다.

 그는 결국 경찰에 붙잡혀 무엇이 될까? 내가 영화를 보고 나와, 어느정도 여유를 갖고 나서 생각한 것은 ‘김수현이 경찰에 붙잡힌다면 뭐라고 말할까?’ 였다. 강경철을 고통스럽게 하고 싶어서, 그가 평소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을 그의 아들과 부모에게 큰 상처를 안겨준 김수현은 경찰에 붙잡혀 어떻게 자신의 행동을 표현할까? ‘잡았다 풀어주기를 반복하며 즐기고 있다’ 는 강경철과 그 친구 살인마가 나누는 대화로 분노한 김수현이 그들과 다르고자 노력했던 것은 결국 허사가 아닌가? 그는 복수에도 실패하고, 사람으로 남는 것에도 실패했다. 그가 자살하지 않는 한에, 경찰에 잡히고 나면 그는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응당 거쳐야 하는 현장 검증에서 차분히 그 상황을 재현해낼까? 아니면 과잉된 감정과 혼란한 모습으로 정상참작을 유도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저 김수현의 마음 속 악마가 다시 작아지기 위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생각했다. 인간이 악마에게 도전한 대가는 결코 값싸거나 가볍지 않았다. 그는 이미 모든 걸 잃었고, 더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일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만 후에, 그는 또 어떤 악마가 될 지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보통 악마가 하는 일을 보아도, 무력하게 슬퍼하는 것으로 인간으로 남는 것에 성공한다. 처음부터 강경철은 경찰에 잡힐 운명이었다. 그가 용의선상에 올랐던 것은 김수현이 그를 죽이고자 자신이 가진 힘을 사용하기 훨씬 이전부터다. 김수현의 마음 속에 악마가 없었다면. 강경철은 누구의 손도 더럽히지 않고 그저 법과 국가기관에게 붙잡혔을 것이고, 김수현은 자신의 무력함과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 짓눌리더라도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갔겠지. 그러나 김수현의 마음 속에도 악마는 있었다. 그 크기가 감히 강경철과 비교할 만큼 커다랗고 더럽고 추악하진 않았더라도, 적어도 강경철을 쫓아 다니며 벌이는 행각 만큼의 악마성은 존재했다. 내 생각에 연희동 사는 퇴직 경찰의 딸과 결혼한 국정원 경호요원인 김수현은, 약혼녀를 잃고 그녀를 죽인 범인과 술래잡기를 할 때 까지도 소중한 것과 지킬 것이 남은 사람이었고, 그 악마를 쫓으며 희열을 느끼는 본성을 각성한 이후에도 감히 사람이었지만, 소중한 사람의 가족을 잃고 난 후에 더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어졌다는 분노는 김수현의 마음 속 작은 악마를 온전히 불러내 세상 빛을 보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리뷰를 쓰면서 여러차례 난 악마를 보았다는 이야기만 하는 거다. 내가 영화관에서 보고 나온 건 악마였다. 절대로 타자화될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인간들 사이에 숨어 일상적인 것으로는 무엇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살인하는 것으로 자신이 존재함을 깨닫는 악마를 나는 봤다. 그 악마가 한 인간을 악마로 만드는 과정을 나는 봐버렸다. 아무도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았고, 누구라도 학생 보호 차량이라 적힌 차를 모는 사람의 친절을 믿어봄 직 했으며, 일상에 한 부분에 불과한 환자의 얼굴을 한 악마를 미리 알아차리거나 피할 수 없었다는 불편한 진실이, 내가 처음에 적었던 그 불쾌한 감정만 가득하다는 리뷰를 적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내용과 별개로 그런 불편한 사실이 존재하는 것 만으로. 영화는 욕을 먹는다. 아마 계속 먹을 것 같다.

 그리고 또 영화를 본 사람들에겐, 우리가 한 공간에서 한 시선으로 악마를 그러나 보았음에도, 그것이 특별히 무슨 의미를 가진다 생각하지 않기를 바랬다. 보았음으로 이웃을 악마로 의심하고 그렇게 타인에 대한 믿음이 영화로인해 조금씩이라도 사라지면 우리들 주변에 악마가 자라나는 것을 방해하거나, 그 악마를 대적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게 아니다. 그렇게 서로가 조금 더 멀어지는, 그 불신이 또 악마를 자라게 도울 것이란 생각은 들어도, 어차피 무엇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저 편히 볼거리를 "본다."는 그것 자체에 집착하는 사람으로서는, 처음 김수현이 범인들을 쫓아 하나 하나 제 손으로 용의선상에서 제외하는 과정에, 집에 돌아와 불을 끄고 잠에 들려다가 다시 불이 켜지고 머리를 감싸쥐는 그 장면을 제외하고 전혀 눈이 좋아하질 않았다. 아마 잔인함이 극도로 차올라버린 영화라 충격적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솔직히 이렇게 안 예쁜 영화를 만들 줄 몰랐다. 아마 호러나 느와르라서 그렇게 예쁜 영상이 가능했던가? 놈놈놈조차도 그렇게까지 최고로 멋있거나 예쁘지 않았는데, 이번엔 심지어 그냥 영화다. 김지운이 만들었으면 잔인해도 영상미가 끝내줄 것 같다 생각했지만, 아마 내가 뭔가 잘못 기대한 것 같다. 잘 찍었고, 섬뜩하고 섬찟하며,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에는 전부 성공했는데, 내가 생각하던 그런 건 아니었다.

 빨리 잠들고 빨리 잊어버리는 게 나을 영화. 고만 붙잡고 끙끙대고 끝내야지.

덧글

  • 혜상 2010/08/16 12:28 # 답글

    저도 제이드님처럼 이병헌 너무 좋아해서 봤는데 영화보고선 정~말 기분나쁘고 찝찝하고 씁쓸하기도하고.. 아무튼 되게 기억에만 많이 남는^^; 그런 영화였어요! 근데 다음날에 아저씨를 봤는데 자꾸 비교하면서 보게되서 아.. 내가 생각보다 악마를보았다를 재밌게? 기억에 남게? 봤구나 싶더라구요..

    액션씬이나 잔인한 씬이나.. 우는 장면도 그렇고 연기력도 그렇고 아무튼 보는 도중에 계속 악마를 보았다가 생각나서 ㅠㅠ 다시 보라면 못보겠지만 한번쯤을 볼만 했구나.. 싶었던; 아저씨도 나름 재밌었지만..ㅎㅎ

    저는 영화를 엄마랑 오빠랑 보러갈뻔하다가 친구랑 갔는데 참.. 잘한선택이였던거같아요 ㅠㅠ
    그리고 태그가 너무ㅠ0ㅠ!! 병헌오빠 머리는 크지만 그래도 좋아요 흑흑 무대인사 보신거 너무 부러워요 ㅠㅠ
  • 제이드 2010/08/16 21:32 #

    전 이병헌씨 연기 보면서 사람이 눈 밑 애교살까지 떨어가며 연기를 할 수도 있는 거구나 했어요. 마지막씬에서 눈물 흘리는 연기도.. 솔직히 전 김수현한테 감정이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다시 보긴 어렵겠지만(봐도 대부분 또 못보겠지만) 또 잊혀지진 않아요. 정말로

    무대인사는 운이 좋았어요;ㅋ 자리가 남아 있었던 게 아마 누군가 취소해서 그런게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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