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 말아라.

 이해하지 말아라.


 이해는 능력이 아니다.

 대학에서 알바를 하고 있으면, 철 없는 인간이 참 많은걸 알게된다. 그저 지나가면서 들은 이야기 한 문장인데도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게 "낳아줬으면 당연히 공부도 시켜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대학 등록금도 내줘야 하는거야" 였다. 뭐 듣고 나서 `가치관의 충격! 저게 당연이면 나는 뭐지!` 하는 의문따위가 들었으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여전히 그건 내게 `철없음`이었다. 다만 좀 부러운 철없음일 뿐. 도대체 사람을 두고 철이 있고 없고를 판단하는 기준이 뭘까 싶지만 내 가치관을 기반으로 판단하면 사람은 꽤 선명하게 철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눠진다. 사실 대학에 있는 사람 대부분은 내게 철없는 사람이다. 물론 나조차도 내 기준엔 철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내가 나눈 철분 함유량의 측정 기준이 타인에 대한 이해력과 반비례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다수의 대학생들이 철 없는 인간인 것은 재밌는 일이다.

 여하튼 나는 알바를 하며 만난 대학생들을 기초해서 결론지었다. 젊은이로 대변대는 대학생들의 거침없음이, 타인에 대한 이해 과다로 오는 것이라고. 그들은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고,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사람의 생활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쉽게 다른 사람의 경우와 자신의 경우로 이어 붙이려 하지만, 사실 그건 의미없는 자기만족일 뿐이다.

 대학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건, 대학을 가지 않으려는 사람인 주제에 만나는 모든 사람이 대학을 나온 세계에 있는 것이었다. 아르바이트의 특징상 비교적 시간이 널널하기에 사람들은 내게 자격증을 따라거나 대학 공부를 하라고 강요했다. 그렇다고 그게 내게 도움이 되는 조언이었냐 하면 아니다. 따라는 자격증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딸 수 없는 자격증이거나, 따라고 권유하는 사람조차 뭘 배우는 것인지 모르는 자격증이었다. 대학을 추천한 사람은 더했다. 나는 일단 돈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거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었는데도, 추천이랍시고 지방의 기숙사제 학교를 추천하는 사람들에게 치여받혔다. 대학을 가기 싫다고 해도, 당장은 갈 수 없다고 해도, 끝없이 공부해라 대학가라 떠드는게 일상인 그녀에게 내가 종국에 "계속 들으니까 언니 말도 이해가 가요. 확실히 대학을 가긴 가야할 것 같네요." 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비로소 안도한 것 같았다. 나는 아마 존재 자체로 그들을 거부하는 거였거나 무의식중에 그들을 비웃는 사람이었나보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알바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격렬한 존재부정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굳이 자격증도 안따고, 대학 공부도 안하고 뭐했냐는 질문이 있을까 싶어 변명을 하자면 나는 `유혹하는 글쓰기`라던가, 아멜리 노통이라던가 폴 오스터의 책을 열심히 읽는다.(이러니까 온에어 생각난다. 안습.) 이유는 물론 글을 잘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지켜보던 그 언니는 다시 말했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문창과를 가야지." 이정도면 아예 게임이 안돼는 거다. 이런 환경에서 나는 종종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로 가라앉는다.

 주장은 대놓고 말이나 하지.

 무언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통 그 반대의 의견이 틀렸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가령 "2mb는 탄핵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내가 "대선 때 2mb를 찍어준 사람들은 멍청이."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주장은 본질적으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병폐나 잘못된 인식과 편견에 대한 계몽적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주장은 역지사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 주장이 어떻게 이해(다스릴 理 풀 解)와 닿냐하면, 이해 또한 배려나 역지사지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의 기반은 스스로의 머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데 누구도 타인과 완벽히 같은 삶을 살 수는 없기에 이해한다고 등을 두드리며 힘내라 말하는 사람의 폭력성은 너무나 조용하고 또한 거슬리는 것이다. 무엇으로 인했건 좌절한 사람에게, 남들은 다 이겨냈으니 너도 힘내 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라고 하면, 이해의 폭력성이 어떤건지 쉽게 와닿을까?

 내가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한탄할때, 내게 대학을 추천하던 그 언니도 분명히 나를 이해하려 했으리라 본다. 하지만 그녀의 이해란 `대학 등록금을 위해 집 전세금을 빼서 월세로 옮긴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과 슬픔`에서 닿은 것이지, `나같은 인간이 대학마다 사무실마다 하나씩 있어서 월마다 마흔명 가까운 사람에게 80만원씩 월급을 주고 우리를 파견한 파견업체에 또 수수료를 주고, 멀쩡한 건물 외벽공사를 하며 돈을 쓰고, 아무도 안 읽는 책자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 또 월급을 주고도!!! 비리 얘기가 나올때마다 학교 재정을 몇십억 가까이 빼돌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학을 싫어하는 나와는 조금도 닿질 않았다. 차라리 그 언니가 내게 대학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했다면 니 생각은 그러려니 내 생각은 다르려니 하고 말았을거다. 그러나 그 언니는 너도 힘든거 이해하는데 그래도 대학에 가는게 좋아. 였으니까!! 내가 미친거다. 물론 나도 그 언니의 이해대로 돈이 많다면 대학에 갈지 모른다. 로또에 당첨되서 남들 다 있는 자격증같은 대학 졸업장을 따도 괜찮겠다 싶을 날이 오면 그럴지도. 그러나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먹고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일을 하기 위해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면, 돈이 있는데 왜 또 대학에 갈까? 그 돈이면 차라리 독학을 한다. 그 언니는 아마 나와 대화할 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내가 이야기할 때 다시 자기 할 말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했던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단 한 순간도 저 이해를 때려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왠만하면 이해하지 마세요.

 20살에 들어갔던 회사 이력서에 `나는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라고 적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나는 여전히 타인에 대한 내 공감도가 꽤 높다고 생각하지만 이젠 그걸 자랑하고 싶은 마음따위 없다. 그 능력도 결국 타인의 경험에서 나의 과거를 끄집어낼 수 있는 편집적 피해망상적 사고방식이기 때문에 사실은 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램이 커졌을 뿐.

 얼마 살지도 않았지만 살다보니 철든 사람은 아무도 이해하지 않는 사람이더라. 아예 타인과 본인이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너무 조용하고 미적지근하고 물렁물렁해서 재미가 없다. 차라리 `나는 이해력이 참 뛰어난 것 같아.`하고 혼자 좋아했을 그녀를 떠올리며 이런 뻘글이나 올리는게 내 적성에 딱이다. `너는 바보였어! 나는 그걸 깨달았다! 쿠하하` 같은 주장글을 올리는 게 나랑 딱이었던거다.

 결론적으로 내 생각은 이렇다. 누군가를 정말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거든, 본인의 과거 경험이나 생각은 잠시 내려 놓고 아예 텅 비어버리라고. 누군가 곁에 있는 사람이 힘들어하면, `세상이 다 그렇지. 술이나 마시자.` 정도가 이해일 거라고. 눈에 띄게 힘들어하든 말든 "내가 너같을 때 이랬는데 말야, 힘내서 으쌰! 하니까 되더라고. 그니까 힘내라." 라는 말은 "너는 그때의 나보다 힘을 덜 내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도 좀 잊지말아달라고.

(글이 자꾸 밸리로 굴러가는데, 별로 원하는 바가 아님을 알아주시길 바람..

by 泓演浪 | 2008/03/28 14:02 | 불만있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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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718n42 at 2008/03/29 09:47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겠죠. 이 사람은 이렇구나하고 인정하면 편하니까요. 전 그러는게 편하더군요. 그냥 예전 생각이 나서 덧글 남깁니다.^^; 참! 링크 신고합니다.^^
Commented by 술과고기 at 2008/03/31 18:40
이건 좀 딴 얘기지만... 돈 없으니 하고 싶은 건 못 하겠고, 취직할려면 대학이라도 나와야 겠다 싶어서 미친듯이 일하면서 대학 졸업하고 나서 존내 후회중 1人입니다... 정말 중요한 건 돈의 여유가 아니라 정보력이었다는걸 깨달은 지금 저는 이미 너무 늙어버렸다는...-.,-

너무 많은 말에 휘둘리지 마시고,

그리고 진정 원하시는 바를 이루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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