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글을 썼다. 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찬성합니다.

 누군가 글을 썼다. 내용은 "나는 미국산 쇠고기에 찬성합니다. 시위에 나가 시민의 목소리를 들으라 말하는 사람은 나를 비시민으로 만듭니다. 이민이나 가라고 대꾸합니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 거기에 이런 저런 댓글을 달고 등록을 하려는데 등록불가하단 멘트가 떴다. 글이 삭제됐다. 그 사람의 본문보다 긴 내 댓글이 창피해졌다. 문득 그 본문의 논리전개가 너무 허접해서 다른글은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의외로 엄청나게 대단한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물 민영화와 관련해서 내 공포를 완전히 없애줬다. 난 서울사람이거든. 게다가 물도 많이 안쓰고. 하하하. 하지만 뭐 민영화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안무서워졌을 뿐이란거지. 예전에 수도사업이 어쩌구 할 때, 그 지분을 민간기업이 얼만큼 가져야 옳은가 얘기하는 걸 봤는데, 내가 생각해도 그 지분이 50%를 넘기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근데 왜 기억이 안나-_-;;

 여하간 대단히 옳거나 대단히 설득력 있다기 보다 똑똑한 사람이었다^^; 과학적으로 어째서 광우병이 통제 가능한가 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둔 포스트가 있었다. 몇개의 긴 포스트를 더 읽다가 쿨게이가 어쩌구 하는 배너를 봤다. 쿨게이십니까? 아 쿨게이셨군요. 나는 쿨게이의 논리적인 부분을 사랑한다. 논리를 사랑하고 논의를 즐긴다. 안타깝게도 제대로 논의를 할 능력은 심하게 부족하지만 그래도 논의가 이루어지는 그 열린 공간과 오가는 찬반 양론의 불꽃튀는 아름다운 논쟁을 좋아한다. 한마디로 똑똑한 것들 끼리 싸우는 게 좋다. 멋있잖아. 그리고 그런 멋있는, 제대로 된 논리를 가진 사람이 감정적으로 분노한 포스팅에 대해서 갑자기 잡상이 심각하게 생겨났다.

 웹에서는 이미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갈려있는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가 좋으면 미국으로 이민이나 가라고 말해버릴 만큼 감정싸움으로 번져간다. 아무리 옳은 논리를 가지고 있어도 서로 헐뜯고 비난하기 바쁘다. 그러니 충분히 논리적으로 조리있게 토론을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런 자폭을 했겠지. 자폭하고도 부끄러운줄 모르는 너덜너덜한 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고 있는데, 그 정도 자폭쯤은 창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그런 논리적인 의견이 있어도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라서, 그런 의견을 읽고 이해한 나도 그래도 어쨌건 통제 가능한 광우병이라고 해도 굳이 그런 통제되는 위험조차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찬성하는 의견이 아무리 논리적이어도 소용이 없는 상황에 도달한 것은 좀 유감이다. 여하튼 민주주의 사회에선 다수의 논리가 틀린 게 아닐 때는 다수의 논리를 따르는 게 맞다. 소수의 의견, 다수의 의견으로 대립되는 의견들의 개개는 같은 무게다. 가능한 비극은 소수나 다수나 둘 다 틀리지 않은 지금의 혼란이지. 누가 틀리면 좋겠는데, 난 둘 다 틀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가 잘못된 것은 단편적으로 방한 일정 멋대로 통보한 사건으로도 이야기 될 수 있다. 최의원이 전에 지적했던 협상과정에서의 문제도 그러하다. 언제까지 이따위로 할텐가! 라고 말하는 그 전 국회의원이 얼마나 이뻤는지 모른다. 여하간 여론은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에서 숫자로인해 무게가 달라지는 것 뿐이지.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란 게 아니었다. 지금 대통령이 다수의 이야기를 애써 극 소수의 이야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게 진짜 화나는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찬성하는 사람이 어째서 그걸 찬성하는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지금 상황에서 미국소를 수입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란 게 있나? 없다고 본다. 방법과 종류가 다를 뿐이지 미국 소는 결국 들어온다. 질기고 맛없는 늙은 미국 소가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고는 사실 나한테도 크게 상관이 없다. 위험한지 그렇지 않은지 관계 없이 소사다가 팔아먹는 수입업자와 정육점 아저씨와 대형마트 사장과 슈퍼 아줌마를 이웃으로 두고 있다는 게 더 크고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먹기 싫은 거라고 해도, 결국 속아서 먹을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문제고 그 빌어먹을 미국놈들이 한국을 좆병신으로 보고 있다는 것도 문제고^^.

 그러다가 한국영화 불매운동을 말하는 아프리카의 어떤 방송에서, 그건 안됀다고 얘기했다가 강퇴당한 기억이 떠올랐다. 강퇴당해서 감정이 상했다기 보단,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감정의 논리로 굴러가고 있는지 알게 됐다.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국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한국 영화 말고 할리우드 영화만 보겠다잖아. 이 사람들 어디가 반미야? 그리고 그 사람들은 좌빨이 아니야. 대다수는 자기가 먹기 싫은 소가 자본 논리 아래 동족상잔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어. 그냥 자기가 먹기 싫은 것 뿐이지 딱히 그 제도 자체를 비판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물론 그런 상황까지 반대하는 사람은 있지만 어쨌든 반대하고 있어도 실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그 이야기로 빠지면 또 산천초목 갉아먹는 축산업과 그럼 넌 소 안먹을래? 뭐 이렇게 싸울테니 집어치우자. 집어치웠다.

 다음의 아고라는 나도 싫다. 내가 사랑하던 예전의 아고라가 없다. 아고라의 아주 초기, 그냥 몇개의 쓰레드를 가지고 밤새 토론할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립지. 지금은 검증과 의심 없이 자기 의견과 같은 이야기만을 무조건 밀어주고 있을 뿐이라 토론의 순기능은 제대로 작동도 못하고 있다. 반대할 이유가 차고 넘쳐 당장 내가 먹게 되도 상관 없는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웹에서 소모되는 감정과 논리는 나도 딱 싫다. 멋있는 싸움이 아니라 대가리싸움이다. 숫자가 반대를 누르고 다수가 이긴다. 논리는 명제로 존재하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은 편가르기 외에 관심이 없다. 광장에서의 아고라는 아름다워도, 웹에서 만큼은 왜들 이렇게 감정적인지. 왜 계속 반대 의견과 싸우려드는지 모르겠다. 나도 몇번 그렇게 굴러가고 있긴 하지만 논리에 대한 감정으로의 대응은 착잡하다. 그래서 시위의 축이 아고라로 일반화 되는 지금 인식이 크게 좋지도 않다. 다른 견해에 대한 수용능력이 영 꽝인 게 누구랑 똑같아. "네가 알바다!" 라는 말이나, "네가 좌빨 반미 종북분자다!"라는 말이나 듣기엔 비슷하다. 그래도 알바라고 불리워지는 인간들이 반미 종북좌빨이라고 불려지는 인간보다 호칭에 걸맞게 행동한다. 걔네도 어이없어.

 다만 말하고 싶다. 나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몇가지 조건이 개선되면 찬성이다. 지금의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나는 최대한 먹지 않으려 할 거다. 최대한 피하고 최대한 반대한다. 그러나 몇가지 조건이 개선되면 먹을 수 있다. 사실은 동물성 사료를 먹는 축생들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가 어쩌구 하며 기업화된 축산업까지 반대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피곤하게 살 만큼 안정되지 못해서 지금은 그렇게 타협할 수밖에 없다. 그냥 지금은 미국소 문제를 가지고 대통령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고 포용하는 능력이 있는지 봐야겠다. 앞으로도 얼마나 자신과 국가 위상이라는 허상 아래 진짜 국가인 국민을 무시해대는지 봐야겠다. 무식한 국민이라 가르치려 드는 대통령은, 주인 땅문서 훔쳐다가 다른 땅 사 투기하는 머슴이랑 다를 게 없다. 국민의 의견에 논리가 없고 선동과 허황된 공포만이 남았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논리적인 국민을 원하는 지 궁금하다. 단언하건데 그건 님들이 손해임.

 매번 그 쿨하고 쿨한 반대논리가 타당하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논리와 멀어진다. 그래서 논리적 접근을 기피하며, 감정적으로 거리에 나간다. 의미없는 청와대로의 행진에 목숨을 걸고, 죄 없는 전경 잠도 못자게 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 무싴한 국민도 국민이라, 올바른 논리로 토론하길 거부하는 사람들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논리만이 진리라는 생각은 안타깝다. 대통령을 끌어내리거나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사람들도, 실제로 정부가 예상하는 최악의 결과(미국과 관계가 떡이된다.)가 실체화 되면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 난리가 날 거라는 생각도 한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의 상하관계가 재수털렸던 사람들은 춤을 출지도 몰라. 그럼 정말 반미 종북좌빨 빨갱이들이 춤을 추겠구나.

 소가 위험하지 않다.로 시작된 논쟁이 시위가 불법이란 명제로 건너갔다. 거기까진 이해하겠는데, 버스파손부터 나도 고뇌가 깊다. 청와대로의 행진은 무모한 짓이었고, 그에 대한 대응은 불법적이었다. 직각살수가 합법이라고 생각하거나 비무장 시위대를 곤봉으로 내려찍는 게 옳다고 보나? 그렇게 생각하는 데 왜 여기까지 글을 읽었니?

 여하간 오늘은 또 시청에 간다. 일몰 이후의 집회가 불법이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찬란한 태양 아래 희미한 촛불은 의미가 없다. 왜 정부가 좋아하는 일하는 직장인들은 "일을 때려쳐 한심한 처지에 놓여 사회주의자로 변모하지 않으면 시위도 참가할 수 없게" 일몰 이후의 시위를 금지했을까?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일하는 자 시위하지 말라. 아니면 주말에만 하라? 싫은데? 백수가 아니라서 주말이 아니면 밤에만 시위를 할 수 있는데, 그러지 마란다. 싫다니까 되게 지랄이지 하여간.

 이걸 뉴스밸리로 보내면 벌써 여섯번째의 자폭인가? 아. 그만 터져야지. 나만 읽자. 검색한 사람이랑.

by 제이드 | 2008/07/04 13:36 | 개발질 | 트랙백 | 덧글(0)

오리시니안

일하는 곳 근처의 펫샵에 아깽이들이 태어났다 ㅇㅅㅇ.. 아비시니안. 날씬하고 예쁜 아이들.

제목은 이 사진 때문에^^; 왠지 오리같다. 귀여운 새끼 오리.

앙탈이 수준급이다..

by 제이드 | 2008/07/01 21:44 | 그냥 막 찍어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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